특파원 현장보고
■ 방송일시 : 3월 29일(토) 오전 8시 20분, KBS 2TV
■ 진행 : 윤제춘 기자, 이지연 아나운서
통일 대박, 독일에서 배운다
취재 : 이영섭 특파원
통일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통일 대박’의 모델로 거론되는 독일은 올해로 통일 25년째를 맞았다.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던 통일 독일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대표적 옛 동독 도시들을 심층 취재해, 통일이 한반도에 진정한 대박과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알아본다.
한해 관광객이 천만 명이나 되는 독일 동남부 작센 주의 주도 드레스덴. 통일 전 동독 시절의 드레스덴은 오늘날의 활기찬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2차 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연합군의 융단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전쟁의 상처와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통일 이후 이곳은 90년대 중반 100억 유로였던 GDP가 현재 50% 이상 성장했고 출산율도 독일에서 가장 높은 도시가 됐다. 유럽 반도체의 절반이 드레스덴에서 생산될 정도로 IT와 기계 부품, 소재 산업 등 첨단 과학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변했다.
당초 동독 재건비용의 대부분은 주민 수에 비례해 일괄적으로 지원됐다. 꽃밭에 물을 주듯이 모든 지역에 비슷한 지원을 하는 방식이었다. 동독 지역 지방정부 중에 과도한 토목공사에 돈을 쏟아 붓는 등 예산낭비 사례도 적지 않아 통일 독일 정부는 ‘등대 정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동독 재건 비용을 핵심 거점 사업에 집중 투자해 그 효과가 등대 불빛처럼 주변지역에 미치게 한다는 것이다. 통일 독일 정부의 ‘등대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작센 주에서는 드레스덴과 라이프치히처럼 활기찬 산업 도시가 생겨났다. 반도체 공장과 자동차 대기업 등이 둥지를 틀었고 연구와 전문 인력도 늘어났다. 독일 통일 후 이른바 ‘통일 대박’의 상징도시가 된 것이다.
반면, 중앙 정부의 지원에도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 통일 직후 대량 실업사태에 분노한 동독 주민들이 콜 서독 총리에게 계란 세례를 퍼부어 유명해진 도시 할레에서는 통일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실패했던 옛 동독시절의 산업시설들이 폐허가 된 상태로 여전히 방치돼 있다. 통일 후 지속적인 인구유출은 지역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할레가 속한 작센안할트 주의 부채 비율은 옛 동독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신산업 분야로 각광받던 태양광 산업은 시장 경제에 적응하지 못하며 실패를 거듭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동서독은 이듬해 하나의 독일로 통일 됐다. 서독 국민들은 환호했고 동독 국민들도 번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열광했다. 그러나 동독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대량 실업사태가 이어졌다. 우리 돈으로 3,500조 원이 동독 재건에 투입됐고, 이 가운데 70% 정도가 동독 주민들의 사회복지비용에 충당됐다. 갑작스런 통일은 엄청난 대가를 요구했다. 올해로 통일 25년째를 맞는 독일.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한때 ‘유럽의 병자’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현재는 유럽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 독일이 유럽의 새로운 강자로 성장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태형의 나라 싱가포르
취재 : 박진영 순회특파원
싱가포르에서는 21세기인 지금도 엉덩이를 때리는 태형이 집행된다. 엄격한 벌금제도로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싱가포르지만 태형은 싱가포르 법집행의 상징으로 꼽힌다. 엄격하고 가혹한 법집행으로 싱가포르 범죄율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말의 해를 상징하는 156마리 말과 풍요를 기원하는 2천 개의 황금 동전이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에 걸렸다. 싱가포르에서만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야광차도 거리를 행진한다. 싱가포르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시민 수천 명이 행사에 몰렸지만 쓰레기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행사는 질서정연하게 마무리됐다.
싱가포르는 시민들의 투철한 질서의식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싱가포르의 엄격한 법 집행이 있다. 운전 중 통화를 하거나 음주운전을 할 때 높은 벌금이 부과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하철에 음식물을 갖고 타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다 보안요원에게 적발되면 우리 돈 42만 원을 내야 한다. 거리 곳곳이 ‘이런 행동들을 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들로 덮여 있고, 관광객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거리 상점에는 싱가포르 벌금 제도를 총 정리한 티셔츠가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범죄자의 엉덩이를 때리는 ‘태형’이 엄격한 싱가포르 법 집행의 상징으로 꼽힌다. 무술 유단자인 집행관이 길이 1.2미터, 너비 3cm의 등나무 회초리로 죄인을 묶어 놓고 때리는 형벌이다. 강도와 유괴, 성범죄와 마약 등 중범죄자는 물론 불법 이민자 등이 태형의 대상이다. 최소 3대에서 최대 24대까지 선고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한다. 한 번 선고된 태형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집행된다.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한 뒤에 남은 태형을 집행한다.
싱가포르에서 한 해 집행되는 태형은 6천 건 정도. 올해도 성범죄자들이 잇달아 태형을 선고받고 언론에 얼굴까지 공개됐다. 이 같은 엄격한 법질서 적용으로 인해 싱가포르의 범죄율은 채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안전한 국가라는 이미지 덕분에 해마다 1,400만 명이 찾는 관광대국이 됐다.
싱가포르의 엄격한 법 집행이 너무 지나치다는 논란 속에 각종 부작용도 따르고 있다. 지나친 통제와 규제가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만든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44년 만에 일어난 시위는 이런 사회분위기를 대변한다. 이른바 ‘빅브라더 사회’에서 야외 집회 자체가 사실상 금지됐던 싱가포르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외부의 비판에도 끄떡없는 모습이었지만 특유의 엄벌주의가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향후 싱가포르 당국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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