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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인가? 상품인가? - 성형공장의 비밀

2013년 12월 9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과 코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에 빠 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술을 맡았던 집도의는 병원 측이 진료기록을 조작하며 사 고의 진실을 덮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 날 수술방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 까?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해당 성형외과의 공장식 수술 시스템, 자기 결정권을 잃어 버린 의사들의 근로계약 실태를 [PD수첩]이 고발한다.


▶ 병원 VS 집도의! - 사고의 진실은? "병원의 책임이 될 부분, 병원 측 잘못이 될 부분을 기재하지 말고 시간이나 이런 걸 변경하라고 했습니다." - 수술 집도의 "현장에 뛰어들어간 마취과 전문의, 각종 응급처치로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환자가 소생된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환자는 사망했을 것입니다." - G 병원장 사고 이후, 병원장이 환자의 진료기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집도의. 노후한 산소 포화도 기계와 늦어진 응급처치 시간을 감추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장은 집 도의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팽팽한 공방 전,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 성형 기술자가 돼버린 의사 해당 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의사는 “하루 16건까지도 수술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 다. 환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한 병원 방침에 따라 수술 중간에 다른 환자를 상담하러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수술 중인 환자가 깨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 해 프로포폴을 추가로 투여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의사가 아닌 상담실장이 정한 수술법에 따라야 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수술을 하 기 위해 타이머로 수술 시간을 점검 받았다는 봉직의들.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근 로계약서에 묶여, 의사로서의 자기 결정권을 잃어 버렸다. "자기결정권을 거의 포기해야 되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수술방에서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밖에는. 수술하면서도 마음이 개운치가 않고 너무 힘들죠." - G병원. 전직 봉직의 "결국 터졌구나. 사건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데 빨리 일어나냐, 늦게 일어나냐 그 차이였던 것 같아요. 이번이 화두가 된 거지. 다들 말하죠.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 - G병원. 전직 상담실장 ▶ 융단폭격! 규제 없는 성형외과 광고 "처음으로 하는 가슴수술이고 정보도 없었고 그냥 광고만 믿은 거예요. 광고만." - 성형수술 부작용, 박00 가슴성형 부작용으로 의사와 5년째 재판 중인 박00씨. 맨 처음 그녀를 병원으로 이 끈 것은 잡지에 실린 성형외과 광고였다. '성형의 메카'로 불리는 강남에는 무려 320 개의 성형외과 병원이 밀집돼 있다. 지하철과 버스에 탑승하는 사람들은 원하든 원 치 않든 성형외과가 제시한 다량의 화려한 광고에 노출된다. 인터넷을 통해 직접 정 보를 얻고자 하더라도 객관적 진실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할인을 미끼로 긍정적 인 후기를 유도하고 부정적인 정보는 차단시키는 병원들. 성형외과 광고의 적극적 인 규제 방침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 의사들의 고백 "자기 식구 감싸기 행태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우리의 불합리한 문제들을 낱낱이 국민들에게 오픈하면서 자성의 고백을 하지 않으면 공멸을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상목 회장 지난 10일,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긴급 기자회견. 여고생 뇌사 사고 병원의 병원장 을 의사회에서 제명하기로 발표했다. 일부 성형외과의 비리를 인정하며 의료계 내부 에서부터 반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로 결의했다. 성형수술은 단순한 미용이 아닌 생명 과 직결되는 의료 행위, [PD수첩]은 의사들의 양심 고백을 통해 환자를 상품으로 보 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 해법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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